~ * ~ *.. ~*~ 김예빈의 작업노트 ~ * ~ *.. ~*~
Frame series
구글 포토에 일년 전 오늘 찍었던 사진이 뜬다. ‘이 날도 오늘 찍은 하늘과 비슷한 하늘을 찍었구나.’ 앨범의 사진들을 스크롤 하며 지나온 시간을 구분해보려 하지만, 비슷한 하늘, 바다, 빛을 담은 네모난 사진들이 계속 겹치며 나의 시간과 공간은 점점 섞인다.
네모난 핸드폰 속 네모난 사진들이 화면에 겹쳐지고 쌓이는 것은 점차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더 이상 풍경을 어떠한 분위기가 아닌 찰나의 이미지로 바라보게 되면서, 그리게 되는 것은 사진 속 기억나지 않지만 그 존재가 선명하게 찍힌 것이었다. 찰나의 물결과 구름의 모양 외에도 저 멀리 찍힌 물놀이하는 가족들, 핑크색 튜브를 탄 아이, 지나가는 새무리, 창에 어른거리는 불빛.. 화면 위를 빠른 붓터치로 지나가기도 하고 그 곳에 오래 머물며 형상을 그리기도 하면서 선명한 것과 흐릿한 것, 가까운 곳과 먼 곳, 움직이는 것과 정지한 것, 그리고 영원한 것과 찰나의 것에 대해 생각한다. 주목하지 못했던 이 존재들을 끌어와 하나의 화면으로 그렸을 때, 그림 안에서 또 다른 시간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비슷한 하늘을 찍을 순간들이 계속해서 쌓일 것이며, 그 사진을 들여다보며 기억나지 않는 존재들을 발견할 것임을 직감한다. 다른 시공간을 담은 네모난 사진들을 겹치고 연결 지어 보는 것은 어쩌면 반복되며 지나치고 지워지는 이미지를 붙잡아 놓으려 하는 나의 미약한 의지일 수 있지만, 그림을 통해 사진이 그 네모난 프레임을 벗어나며 새로운 시간을 엮을 수 있기를 바란다.
Pattern series (풍경 표면 읽기)
‘일렁이는 조용한 평면적인 반복되는 규칙적인’ 텍스쳐를 ‘패턴’이라고 말할 때, 패턴을 읽는 행동이란 그 풍경과 공간에 대한 애정, 가까움, 그리고 편안함을 느낄 때 나오는 것이다. 살면서 대부분 다 편해지는 일이지만, 사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 무섭고 놀랍고 불편하고 엉뚱한 것들이 있고 다만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할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상적인 풍경에서도 문득 이해할 수 없을 크고 무수한 존재들이 보인다. 이렇게 텍스쳐를 패턴으로 읽어 나가는 행동은 알 수 없는 광활한 풍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나와 풍경 사이의 접점을 만드는 것 같다.
비치고 투영되는 풍경, 혹은 앞의 그리드에 가려져 존재하는 풍경은 앞뒤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일렁이는 ‘패턴’이다. 풍경 앞에 튀어나온 창, 그리드, 거울은 그저 생각없이 시선이 따라가게 되는 넓은 풍경을 좁은 패턴으로 좁혀준다. 작업을 통해 풍경과 내가 읽어낸 납작한 패턴 사이 그 어딘가에 자리하려 한다.
‘사실 우리 안에서 혼돈처럼 보이는 그것은 풍요롭고, 순환하고, 팽창하고, 소멸하고, 경쾌하고, 웃고, 외치고, 울고, 잠자는 질서이다. 이런 질서가 우리의 건축 행위를안내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기만 하면 우리가 짓는 건물, 우리가 서로 도와 건설하는 마을은 인간의 마음이 담긴 숲과 초원이 될 것이다.’ -책 < 영원의 건축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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